포용의 풍경: 순천시 제2봉안당 설계공모

A New Columbarium for the City of Sunch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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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매장이 아닌 화장으로 장례를 치르는 비율이 2016년을 기점으로 82%를 넘어섰다. 1994년도에 20%정도에 지나지 않던 화장비율을 생각하면 실로 엄청난 변화이다. 이러한 장례문화의 급격한 변화로 인하여 2014년 개장한 순천시립추모공원 제1봉안당은 빠른 속도로 수용한계에 봉착하였고 순천시는 기존 봉안당 옆에 새로운 봉안당 건립을 추진하게되었다.

화장하여 봉안하는 방식이 가장 보편적인 장례방식이 된 지금, 대부분의 봉안당은 '유골안치'라는 일차적 기능을  위한 장묘 '시설'로서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인식을 바탕에 두고, 에이비씨티는  실용적 목적을 다하기 위한 시설로서의 봉안당을 넘어, 죽음으로 인한 부재와 상실에서 기인하는 고통과 슬픔까지도 포용하는 장묘 '건축'으로서의 봉안당을 제안하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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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시립추모공원은 순천시청에서 이어지는 녹색로를 타고 남하하여 대륭사거리에서 서측으로 회전하여 양율길을 따라 조금 들어간 곳에 위치한다. 추모공원의 북·서·남측 경계는 낮은 구릉에 바짝 면하여 있어 지형에 의해 안정적으로 보호받는 느낌을 주는 한편, 조망이 산으로 막혀 다소 답답한 느낌도 있다. 남서쪽으로 연속되는 양율길을 따라 제1봉안당, 화장장, 유택동산등 추모공원의 주요건축물이 차례로 놓여있으며 제2봉안당은 기존 건축물과 주차장을 잇는 중간 지점에 위치하게 된다.

제2봉안당 대상지는 추모공원의 기존 주차장과 소규모 태양광발전소의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서 봉안당 접근환경이 다소 번잡하고 분주할 우려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봉안당 주요매스의 외부에 낮은 벽체를 두르고 매스와 벽체 사이에 물리적·심리적 완충 영역으로 기능하는 4개의 외부정원을 두었다. 대지의 경계를 둘러싼 낮은 담은 대지 주변의 분주함으로부터 내부공간을 선택적으로 분리하고 연결하는 ‘단단한 켜’로서 방문객은 담 안쪽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따라 걸으며 마음을 경건히 준비하게 된다. 

대상지의 북서측에는 야생식물이 자라고 있는 들판과 야흥저수지가 자리하고 있는데, 본래 순천시는 이 들판을 주차장으로 전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이 곳이 제2봉안당의 상층부에서 조망할만한 멋진 경관이 될 잠재력이 있으며 봉안당 방문객들이 거닐며 사유하고 성찰할 수 있는 산책로로서 봉안당의 기능을 보완하고 치유경험을 강화할 수 있다고 판단, 이곳을 자연스러운 야생들판으로 남겨둘 것을 제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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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our Exterior Gardens

① 만남의 정원: 주출입구에 위치하여 봉안당을 찾는 방문객들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정원으로서 일상을 떠나 다른 세계로의 진입경험을 환기.

② 기억의 정원: 주출입구에서 제1봉안당으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  조용히 고인을 기억하는 시간을 갖도록  계단형 헌화단 및 소규모 분향단 조성.

③ 고별의 정원: 제례실 및 제례실 통로에 면한 은밀하고 조용한 정원. 화장 후 고별의식을 치루는 유족들에게 작은 위로를 전달하는 정원.

④ 성찰의 정원:  수심이 얕은 연못이 바람과 하늘을 담아내며 삶과 죽음을 성찰할 수 있도록 계획.  연못 내부 징검다리는 다음세계로의 상징적 통로.

담의 내부에 자리잡은 네개의 야외정원은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이 이루어지는 초월적 공백 void 이다. 건물내부의 중정, 빛의 정원의 중앙계단을 통해 연결되는 상층부의 봉안실에서, 추모객은 그들의 개인적인 영역 깊이 간직해 둔 망자에 대한 소중한 기억과 재회하게 된다. 건물의 외부는 결이 고운 보자기와 같은 반투명 막이 에워싸고 있으며, ‘부드러운 켜’를 통해 분산된 빛이 봉안실 내부로 유입되어 평온한 참배분위기를 조성한다.

소중한 것을 감싸듯 설계된 봉안당은 유족들이 사랑하는 이의  죽음과 그로 인한 부재와 상실에서 겪는 고통과 슬픔을 섬세하게 어루만지는 장소인 동시에, 그들의 그리움과 기억을 감싸안는 포용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View from the Ceremony Hall to the Garden of Farewell

View from the Ceremony Hall to the Garden of Farewell

Atrium: the Garden of Light

Atrium: the Garden of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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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A New Columbarium for the City of Suncheon
Year: 2017
Type: Competition 3rd prize
Program: Columbarium / Funerary architecture
Size: 3,401m²
Location: Suncheon, Korea
Team: Janghee Yoo, Okhyun Kim, Nayoung Sung, and Kyoungkook Ko